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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6 · Jun 17 2022, 11:50 · 4461 Views

눈 씻고 마음결 다듬은 여정

Posted by 이기숙
눈 씻고 마음결 다듬은 여정
새들이 여행을 떠날 때가 됐다. 모두 서둘러 길을 나섰지만, 나이 들고 몸이 성치 않은 새 한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길에 남았다.
새가 한 나무에 다가가 물었다.
"겨울 동안 저를 깃들여 줄 수 있나요?"
잎이 크고 풍성한 플라타너스 나무는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왜? 추위에 내 몸 건사하기도 힘든걸"
새는 상수리나무에게 다가가 겨울을 함께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안 돼. 겨울엔 내 발 밑의 도토리를 품는 것만으로도 벅차"
날씨는 점점 혹독해지는데 새는 오 갈 데 없는 처지로 길가를 전전하며 더욱 몸이 쇠약해졌다. 마지막이라 여기며 키가 멀대같은 나무에게 다가갔다.
"몸이 병들고 늙어 여행을 못 가고 혼자 남았어요. 겨울 동안 저를 품어 주실 수 있나요?"
안타까운 눈빛으로 새를 굽어보던 전나무가 말했다.
"마음은 나도 그러고 싶지. 근데 내 몸은 온통 바늘뿐인걸. 네가 깃들일 만한 공간이 없을 거야."
새는 관계없다고, 어떻게든 찬 땅을, 눈과 바람을 피할 수만 있도록 해 달라고 눈물로 요청했다. 전나무는 품을 헤쳐 새가 깃들일 공간을 열어 주었다.
하늘에서 신이 이 광경을 보며 결심했다. 이제부터 나무들은 가을이 되면 모든 잎을 떨구고 겨울 동안 맨몸으로 달달 떨면서 지내도록 하겠다고. 그러나 단 하나의 나무는 제외했다. 따뜻한 인정으로 한 생명을 보듬은 전나무만은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푸르름도 잃지 않게 해 준 것이다.

3박 4일간 로키산맥 투어에서 내내 마음속에 떠돌던 것은 영화의 한 대목인 저 전설이었다. 곧게 자란 전나무의 다정한 군집은 여정 어디서고 눈에 들어와 시원하게 눈을 씻어 줬으니 말이다. 전나무 사이로 회백색 몸에 연초록 잎으로 소박하게 차려입은 자작나무, 동그란 잎을 살랑이며 손짓하는 사시나무도 가슴을 간질이는 정령 같았다. 장엄한 설산과 압도적인 빙하, 손을 담그면 에머랄드로 변할 것 같은 호숫물은 세상사 미진을 떨어 내는 털이개였다.
늘어선 나무들의 묵묵한 다정함과 로키산맥의 선 굵은 관대함으로 마음결을 빗질한 감동이 일상을 여유롭게 대면하게 해 주리란 기대를 품는다.

이번 여행의 묘미는 오케이투어를 선택한 데서 드러난 것 같다. 캐서린 씨의 가이드는 치밀한 구성과 디테일한 안내, 유머러스한 양념이 시냇물 소리처럼 낭랑하고 리드미컬한 음성에 담긴 푸짐한 정찬이었다. 운전을 담당해 주신 분, 성함은 모르지만, 고된 여정이었는데 늘 밝고 경쾌한 모습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길로 이끌어 주셨다. 두 분께 너무나 고맙다. 혼자서, 또는 가족 여행서 느껴 보지 못한 감동이 많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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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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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in · Jun 17 2022, 11:59
감동적인 동화에요
여행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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