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3 · Sep 25 2019, 21:42 · 13480 Views

이번 캐나다 동부여행은 우리 세 모녀에게는 매우 큰 결정이었어요.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달빛 아래에서 덕담을 주고받는 추석에 남자들만 쏙 빼놓고 놀러 온 것도 있었지만,
셋 다 한 게으름 하는 인물들이었거든요...

어쨌든 이 기회에 햇볕도 쐬고, 외국 공기도 좀 마시자며 캐나다로 향했어요.
사실 21세기 지구촌 시대인데 캐나다라고 우리나라랑 별반 다를 거 없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런 생각은 장시간 비행으로 퉁퉁 부은 발을 이끌고 공항에 발을 디디자마자 깨졌어요.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린 지 1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짐은 코빼기도 안 보였거든요.
...이것이 말로만 듣던 relax한 북미 스똬일...?

인내의 시간 끝에 짐을 찾아 나갔더니, 기분 좋은 삼촌 같은 가이드분이 사람 좋게 벙글벙글 웃으며 기다리고 계셨어요.
현지 시간 밤 비행기로 도착한 터라 피곤했었는데, 가이드분의 표정을 보니까 기분이 훨씬 나아지더라고요. 이날은 제가 제목에서 언급한 "브니"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의 첫날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이름을 알려주셨는데 기억이 안 나요 ㅠ.ㅠ)

그리고 다음 날.
저에게... 아니, 우리 세 모녀에게 인생에서 손에 꼽을만한 강렬한 인상을 준 그분, "브니"를 만났습니다.
브니는 거의 50명에 육박하는 인원을 모두 체크한 다음, 마이크를 턱 잡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나 같은 가이드 없어. 여러분은 아~쥬 운이 좋은 거야!"
그것도 입을 마이크에 딱 대고!! 쩌렁쩌렁 아주 버스가 터져라 하고!! 한창 시차 적응으로 지친 영혼들에게 파워풀하게 소리를 뽝!! 쳤다고요!!!
우리 세 모녀 같은 프로 방구석 체질들은 듣자마자 짜증이 확 치솟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진짜 신기한게요,
짜증은 커녕 막 신이 나는 거 있죠!?!?

하루에 끽해봐야 3,000보 정도 걷는 게 고작이었던 제가 브니를 따라 하루 1만 보, 2만 보를 훌쩍 걸었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캐나다 공기가 좋아서인가? 거리가 워낙 예뻐서인가? 몬트리올의 성요셉성당을 가서인가?(ㅋㅋㅋㅋ)
흐린 날씨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언제나 갬, 기운이 넘쳤어요.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브니의 긍정적인 태도, 자신감, 자신이 하는 일과 삶을 향한 열정에 전염되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마음이 즐거우니 절경에서 살짝 아쉬울 수 있는 날씨에도 더없이 예쁘고, 평생을 같이 한 우리 세 모녀도 전에 없는 활기찬 추억들을 남길 수 있었어요.

마지막 날에는 버스가 바뀌니 짐을 빠짐없이 챙기라는 브니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놓고 내리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서까지 찾아주신 거 있죠.

이때는 사실 죄송하고 감동받아서 눈물이 다 날 뻔했어요 ㅠ.ㅠ
이 밖에도 정말 여러 추억이 많지만,
아직 브니와 여행해보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이만 줄이렵니다.

명품 영화도 스포일러당하면 재미없잖아요ㅎㅎ? 직접 가보세요, 꼭!


그럼 저도 자극받은 김에 열~심히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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