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5 · Aug 15 2019, 04:34 · 23216 Views

"이 팀은 4분이 어떤 관계시죠? 남자 4명이 여행오는 건 처음봐서요" 만나자마자 가이드가 한 질문이다. (아직까지는 내 마음 속에 가이드지, 가이드님은 아니었다. 그러나 가이드가 가이드님으로 바뀌는 건 시간 문제였다. ) "네 고등학교 동창 4명입니다. "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탄성. 특히 남성분들의 부러운 듯한 목소리는 우리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하긴 여고 동창생 4명이 같이 여행하는 건 볼 수 있어도 남자 동창생 4명이 함께 여행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일 것이다. 특히, 골프를 치러가거나 회사 출장도 아닌 순수 관광 여행에서 의 남자 4명의 조합은 가이드의 말처럼 이루어지기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은퇴하려면 아직 먼 나이니, 집에서 남자들끼리 여행을 보내주기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어려운 일 아닌가? 어쨌든 희안한 팀인 우리 4명은 이렇게 브라이언, 아니 브라우니 가이드를 만났다. 물론 같이 오려다가 이틀 전에 회사에서 터진 일때문에 못 온 친구 1명까지 왔더라면 5명이었을 것을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 뭐 하시는 분들인데 이렇게 함께....", " 아 네, 각자 맡은일들 합니다." 친구 중에 한명이 질문에 간단히 답했다. 그리고는 여행이 끝날때까지 브라우니 가이드의 나이만큼이나 비밀로 지냈으니 서로 비긴 샘이다.
하하!! 소심한 복수인가요? 그러고 나서는 가이드의 소개가 이어졌다. 브라이언이 본명인데 어떤 노인분이 잘 못 들으셔서 브라우니라고 한 것이 이름처럼 되었고, 꼬맹이가 브라이언이 발음이 안되서 브니라고 했으며. 자기도 찾아봤더니 안경낀 강아지가 브라우니였고 어쩌고 저쩌고... 내 참 자기 별명 가지고 한시간을 떠드는 가이드는 첨봤네요. 하하 (브니 가이드님. 욕한 건 아니에요 ^^) 어쨌든 자기 소개부터 파워포인트의 사진과 펜을 동원해서 설명하는 가이드는 처음인지라 시작부터 그 동안 다녔던 다른 여행과는 조금 다름을 느꼈다. 그리고 이어진 썰... 이번 여행의 목적이 카나다의 역사 기행이라는 둥, 본인은 체육과라 체력에 자신 있다는 둥, 딴따라 출신이라 재미있다는 둥, 의외로 가방끈이 길다는 둥 도대체 이 가이드의 진면목은 무엇인가 궁금하지 아니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아하 그러나 차안에 있던 34명의 관광객들은 피곤했는 지 호응은 없고, 우리 브니 가이드는 초조(?)한 나머지, 이렇게 조용한 팀은 처음이라는 말까지 하는데 ... 이 때 조용히 동병상련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브니 가이드가 끝까지 궁금해 했고 일부 다른 팀원들도 궁금해 하셨던 나의 직업이 바로 고등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을 경영하는 일이니, 앞에서 열심히 얘기하는데도 호응이 없으면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얼마나 힘든 지 잘 알고 있는지라, 브니 가이드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에 브니 가이드의 질문에 조금씩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몇 개가 맞으면서 브니 가이드가 상품으로 건 달걀을 하나씩 하나씩 얻게 되었고(브니와 여행한 사람만 알 수 있는 아이템이죠), 조금씩 조금씩 브니 가이드의 카나다 역사 강의는 깊이를 더해갔다. 작끄 까르띠에(불어식 발음)의 이름 하나를 외우게 하기 위하여 명품 얘기며, 인디언 흉내를 내가며 열변하는 그 모습에 점점 빠져들었고 (아직 다른 분들은 피곤한 상황임), 그에 대한 신뢰가 점점 더해갔다. 그저, 자기 잘난 맛에 떠드는 가이드가 아닌 진심어린 설명자이자 훌륭한 엔터테이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또한, 본인이 사진을 찍어 줄테니 하자고 하는대로만 해달라는 얘기에 천섬 관광 시 뱃머리에서 계속 원을 돌며 웃고 사진을 찍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리고 다음날 사진을 안찍은 분들에 대한 질책과 함께 전날 찍은 사진에 대한 해학적 설명에 사람들은 자지러지고, 안찍은 분들은 살짝 후회를 하고..그러면서 모래알같던 팀 전체 분위기가 슬슬 정겨워지고, 서먹했던 사이에서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로 변하고... 이 모든 것이 브니 가이드님의 힘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퀘벡에서의 관광은 모든 분들이 점점 하나가 되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으니, 브니 가이드님이야말로 가이드계의 신이 아닐 수가 없다. (약간은 과장되게 쓴 듯 하지만..이렇게 쓰지 않으면 끝장이야라는 그의 말이 귓속을 맴맴거리기에...)

그렇게 퀘벡에서의 관광이 끝나고 다음날 다시 토론토로 돌아 오는 길에 이어지는 그의 인생 이야기, 음악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1000km의 여정이 그저 가까운 동산에 잠시 다녀온 듯 순식간에 지나도록 하는 그의 열정에 (버스에 반대로 서서 1000km를...) 감동하면서 토론토의 역사와 인디언들의 삶도 알게 되고.... 그리고는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나이아가라 관광을 기다리며, 하루를 마무리하고...그리고 다음날.

정말, 우리는 나이아가라 관광계의 신을 맞이하였다. 그저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밑에서, 위에서, 옆에서 느끼고, 그 물벼락이 안면을 강타할지라도 그저 웃음만 나온다. 왜 나이아가라는 캐나다에서 봐야하는가? 그리고 이 멋진 광경을 이번 한 번으로는 끝낼 수 없다는 마음과 꼭 집에 있는 아내와 함께 오고 싶게 만드는 그의 열정.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지금 그가 보내준 사진과 동영상을 다시봐도 그 때의 그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브니 가이드님. 그대는 진정 나이아가라가 아니라 캐나다 관광계의 보물이요, 신이외다. 인정!!!! 얼마나 즐겁게 놀았으면 돌아오는 길에 꾸벅 졸게까지 만들고.. ㅎㅎ

브라이언 가이드님. 캐나다 동부 여행은 그대때문에 정말 즐거웠고, 나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소. 언젠가 다시 캐나다의 단풍과 또다른 모습의 나이아가라를 보러 갈 때 꼭 그대를 만났으면 하오. 어쨌든 그대가 나를 형님이라고 했으니 그런 줄 알고 이렇게 얘기 하지만, 다음엔 꼭 민증 깝시다. 혹시 그대가 형님일수도...(농담입니당.ㅎㅎ). 정성껏 보내준 사진과 동영상에 감사하며. 글을 마칠까하오. 더 쓰고 싶어도 나도 일을 해야하는 지라 내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을 간직하겠소.

OK투어 번창하시고 꼭 다음에도 브니를 만나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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