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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 · Aug 13 2015, 12:40 · 19288 Views

[이벤트참여] - 록키의 소녀시대 이야기

Posted by 오옥숙

투어일자 : 2015년 6월 5일부터 6월 9일까지


투어명 : 록키 벤쿠버 4박5일


예약자 이름 : 오혜숙


 


 


여행의 시작은 셋째언니가 제공했다.


자기의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데 우리들도 합류할 생각이 있냐는 것이었다.


처음엔 거절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니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우리 자매들이 뭉쳐 볼 수 있을까 싶어 둘째언니랑 얘기끝에 합류하기로 했다.


여행 첫 날, 공항에서 모두 모였다.


내가 중1일때 셋째언니가 중3이었으니까 거의 40여년만에 보는 언니친구들인데 나도 아는 언니들이 있어서 반가웠다.


우리까지 합쳐 모두 9명이었다.


그런데 그 중 한 언니가 계란을 삶아왔다고 내놓았다. 또 한 언니는 기정떡을 한 판 해왔다 ㅎㅎㅎ 우리 소풍 온건가...


기정떡은 일명 술떡이라고도 하는데, 쌀로 만든 막걸리를 발효시켜서 만든 전통 발효떡이다.


이 떡은 전라남도 지방의 특산물이고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데, 요즘은 그냥 비닐에 싸여서 판매되지만


섬진강의 기차마을로 유명해진 우리의 친정동네인 곡성에서는 감잎위에 이 떡을 올려놓고 먹었었다.


반질반질한 감잎을 벗겨가며 달콤새콤한 기정떡을 먹었던 유년의 기억때문에 잠시 마음이 아련해졌었다.


그러나 여기는 인천국제공항!!


펼쳐놓고 기정떡을 먹을수는 없었다.


각종 나물류와 함께 기정떡은 화물속으로 합류되어 벤쿠버에 사는 셋째언니 친구집으로 부쳐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삶은 계란은 비행기에 타기 전 모두 소비해야 했으므로 1인당 한 두 알씩 해치워야 했고......


이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1day....>


 벤쿠버에 도착하니 ok투어에서 나오신 가이드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성함이 기억안나는데 꽤 조용한 분이었다.


그 분을 따라 차이나타운을 거쳐 게스타운에 도착!! 시내구경을 했다.


고풍스러운 증기시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예쁜 상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구경했다.


그 옆에서는 무슨 이벤트를 벌이는 것인지 온 몸에 브론즈빛 비늘을 붙인 남자가 자신만의 포즈로 서 있는 걸 보기도 했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은 시원했다.


조용한 가이드께서 각자 10불씩을 주시며 점심을 해결하라기에 우리는 빵과 체리와 커피를 사서 맛있게 먹었다.


특히 체리와 애플망고는 한국에서는 비싸서 실컷 먹을수가 없으니 여기서나마 맘껏 먹자고 언니들과 다짐했다.ㅋㅋ


그러나 아직 체리철이 아니어서 다소 비쌌으나, 우리는 과일가게가 보이면 달려가 그날저녁 호텔에서 먹을 체리를 비축하곤 했다.


그 다음 간 곳이 바닷가에 위치한 캐나다 플레이스...


그리고 스탠리공원!! 120만 평의 웅장한 원시림으로 이루어졌다는데 한국의 천하대장군이나 지하여장군같은 장승들이 많았다.


그리고 내 눈에 띈 것은 아주 작은 하얀꽃들이 땅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좌악 피어있는 ,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내려와 앉아있는 듯한 멋진 풍경이었다.


 



 



 



 



 



 



 




 


 


<2day.....>


긴 비행시간에도 불구하고 낯선 땅에 와 있다는 긴장과 설렘으로 잠을 설치고 새벽에 눈을 떴다.


오늘은 로키를 가는 날이다. 교과서에서 보았었던 로키마운틴!! 이제 그 로키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는 빵위주였다.


밀가루가 소화가 잘 안되는 언니들과 나는 통밀로 만든 빵이라서인지 부담없이 소시지와 빵을 잔뜩 먹었다.


이 곳의 좋은 점은 커피인심이 아주 후하다는 것이다. 어느 호텔이건 조식때 주는 커피가 맛있었다.


아침을 먹고 로비로 내려가 앉아있으니 가이드 한 분이 오셨다.


그 분을 따라 버스로 갔다. 고맙게도 우리 일행의 좌석을 앞쪽에 잡아주셨다.


버스는 대형창문 때문인지 시원시원했다.


차를 탈 때면 항상 매게 되어있는 안전벨트가 없어서 처음엔 좀 허전했지만 그마저도 금방 적응이 되어 오히려 편했다.


바깥공기가 창문틈으로 들어올 수 있게 제작되었다는 쾌적한 버스는 52인석의 좌석이 거의 찰 무렵 출발했다.


가이드의 이름은 앤드류 신! 10대 때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았다고 했다.


호주의 시드니대학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했다는 앤드류는 그래서인지 영어가 유창했다.


설명은 한국어와 영어로 진행이 되었다. 한 눈에도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캐나다의 역사와 벤쿠버의 유래, 우리가 여행할 곳에 대한 사전지식 등등 해박해 보였다.


또한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었다. 인원을 확인하던 그가 말했다.


"아, 한국에서 지금 마악 소녀시대가 도착했습니다..."


차 안의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단지 9명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이렇게 올드한 소녀시대가 되고 말았다.


로키를 향해 가는 시간이 10시간 정도였으므로 지루하지않게 하려고 그는 노래와 영상을 내내 보여주었다.


거기에서 들었던 킹크림슨의 묘비명이 새삼 생각난다.


내친구 선미가 좋아했었던 노래!! 덩달아 좋아하게 된 나 역시 7분여의 긴 노래를 달달 외울만큼 즐겨 듣던 시절이 있었다.


옆 좌석에 앉아가던 앤드류가 내게 말을 시켰다. 모두 친구사이인건가...어떻게 된 조합이냐고...


설명을 했다. 우린 세자매고, 원래는 네자매였는데 5년전에 큰언니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바람에 세자매가 되었노라고..


그래서 셋째언니가 여행을 제안했을때 선뜻 따라나설 수 있었다고...


조용히 듣던 그가 쏘리.. 라고 말했다. 큰언니얘기를 말하는 듯 싶었다.


그때부터 그는 나를 막내라 불렀다.


버스는 한시간 반 간격으로 휴게실을 들렀다. 내리는 곳마다 경치가 정말좋았다.


호프에서 점심을 먹은 후 잠시 그 동네를 산책했는데 곳곳에 산딸기가 지천이었다.


분명히 마을인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눈에 보이는 곳마다 절경인 캐나다에 슬슬 질투심이 생겨나기도 했다.


나라는 작고 자원은 없고 인구는 넘쳐나는 우리나라..


사람에 치여 빨리 걷지도 못하는, 인간의 존엄성마저 잊어버리게 만드는 서울의 도심거리들....


까마득하게 먼 나라에 와서 내 나라에 대한 애국심인지 연민인지 모를 감정때문에 마음이 잠시 무겁기도 했다.


새먼암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모듬과일을 샀다. 사과와 살구, 체리, 복숭아까지 모두 한 바구니에 들어있었다.


이 곳의 사과는 작고 울퉁불퉁했지만 선명한 빨간 색이 아주 예쁘고 맛있었다.


캐나다의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칠리왁에는 넓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누군가 물었다. "저건 밀인가요??" 앤드류의 대답은 그건 소에게 먹일 건초를 만들기 위한 풀이라고 했다.


조금 전 드문드문 보였던 소들이 생각났다.


준사막지역인 메릿을 지나고 목재도시인 캠룹스를 지나는 동안에도 양쪽 창문으로는 자작나무와 침엽수의 멋진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앤드류 가이드가 영화를 보여주었다. 어거스트 러쉬!!


그 영화의 등장인물 중 두 배우가 생각난다. 어거스트 러쉬의 친아버지 역의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


튜더스에서 헨리8세로 나와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요즘 알콜중독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한다.


세 살때 부모가 이혼하고 의지했던 엄마가 2007년 알콜중독으로 사망하자 그 역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알콜에 빠져들었다고 하는데..


불행했던 유년의 상처가 그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깊게 지배하는지 여실히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77년 생인.. 아직 젊은.. 강렬한 눈빛이 치명적인 매력인 그가 다시 우리의 곁으로 돌아와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로빈 윌리암스!! 이 영화에서 아이들에게 앵벌이를 시키며 주인공 아이에게 어거스트 러쉬라는 어이없는 이름을 붙여준 그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감동을 안겨주었는데 작년 여름, 느닷없이 우리는 그의 사망소식을 듣고말았었다.


그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 그 영화에서 존.키팅이라는 이름의 선생으로 나왔던 그가 학생들에게 항상 했던 말...


수없이 회자되는 그의 명언 까르페 디엠!!!(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또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


그리고 그를 따르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그를 캡틴! 마이 캡틴!!이라 부르며 책상위로 올라서던 명장면에서


울컥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만큼 연기의 신이었던 그 역시 알콜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끝내 이승의 끈을 놓아버렸다 하니....


쉬운 생은 없는 모양이다.


드디어 레벨스톡에 도착하여 저녁으로 중식을 먹었다.


코스별로 마파두부,새우와 야채볶음, 깐풍기까지 모두 맛있었다.


그리곤 Hill Crest 호텔에 짐을 풀었다..


참 이 여행내내 호텔은 만족스러웠다. 어느 호텔이건 넓고 푹신한 침대가 지친 몸을 안아주는 듯 편안했다.


 



 



 



 



 




 


 


<3day...>


오늘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빙하를 보러 가는 날이다.


온대지역에 살고있는 우리가 빙하를 볼 일이 어디 있겠는가..설레었다.


 빙하를 가기 전 보았던 페이토레이크!!


그 형언할 길 없던 물빛때문에 레이크루이스보다 더 뇌리에 박혀버린 페이토레이크에서 우리는 소중한 우리의 멤버 두 명을 잠시 잃고만다.


지금도 그 호수의 물빛을 무어라 써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옥빛이라고만 하기에는 내겐 너무 충격적으로 아름다웠기에 가슴이 먹먹한 상태로 버스에 올랐는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우리 멤버 두 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호수를 구경하던 다른 사람들이 타고왔던 버스들도 다 떠나고 주차장에는 우리 버스만이 덩그러니 그들을 기다렸다.


그동안 언니들은 사색이 되어 두 멤버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헤맸고,앤드류신 역시 이리저리 뛰며 혼신을 다해 그들을 찾았다.


거기는 곰도 자주 출몰하는 국립공원이라는데 차츰 두려움이 엄습하며 버스안의 사람들은 침묵에 잠겼다.


30여 분이 지날 무렵, 공원을 지키던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산길을 헤매던 두 명의 동양인을 찾았노라고..


우리는 모두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후 고개를 수그린 두 언니와 백인 여경이 차에 올랐다.


우리는 박수로 두 언니를 반겼고 수고해 주신 여경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힘껏 쳤었다.


어떤 언니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출발한지 한참 후 앤드류가 일어나며 핸드폰화면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그 와중에도 산길을 헤매던 중 발견한 에델바이스를 두 언니가 찍어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와하하 경쾌하게 웃으며 솜털이 달린 에델바이스를 다 같이 구경했다.


그 언니들이 돌아왔을때 왜 길을 잃었느냐..라는 추궁의 말 한마디 묻지않고 환하게 웃으며 환영해주던,


아무일 없이 무사히 돌아와줘서 오히려 고맙다며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치자던 앤드류 신의 성숙한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었다.


산정상 봉우리에는 나무가 없는 민둥산들이 보이곤 했는데, 그건 해발 2300m이상의 한냉지역에는 나무와 풀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걸 수목한계선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알았다.


버스는 달려서 레이크루이스에 도착했다.


빅토리아 여왕의 4번째 딸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레이크루이스(이름앞에 레이크를 붙이는 건 그만큼 호수에 대한 자부심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는 아름다웠다.


세계 10대 절경으로 손꼽히는 만큼 호수는 품위마저 느껴졌고,물빛 또한 여러가지 색으로 너무나 아름다워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 멀리 마치 호수와 일체인듯한 멋진 건물이 하나 보였는데, 그 건물은 페어먼트 샤토 레이크루이스 호텔이라 했다.


빙하를 보기 위해 그곳에 잠시밖에 머물수가 없어서 그 멋진 호텔에 들어가 보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있다면 그 호텔의 호수가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셔보리라!!


빙하를 보러 가기전 식당에 들러 새먼스테이크를 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빙하를 보기 위해, 아니 만나기 위해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디스커버리 센터(Columbia lcefield Discovery Center)에 도착했다.


센터를 둘러싸고 있는 빙산들이 신비스러웠다.


빙하에 가기 위해서는 설상차를 타야 했는데,이 설상차는 가격이 20억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하게 비싼 차라고 한다.


우리가 만나러 가는 아싸바스카 빙하는, 야스퍼국립공원과 밴프국립공원에 걸쳐 형성된 콜롬비아 대빙원에서 발원하는 8개의 빙하 중 하나인데


길이가 6km이고 폭이 300m라고 했다.


100년 전보다 1.5km정도 녹아서 길이가 많이 짧아졌다고 하니, 이 빙하도 지구 온난화의 벽을 이기지 못하고 언젠가는 자취를 감출 것인가...


그래서인지 설상차를 5~6분 정도 타고가서 만난 빙하는 더욱 신비스러웠다.


이 넓은 빙판위에 두 발로 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흥분되었다.


만년도 전에 내렸던 눈이 언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무공해 팔각수인 빙하수도 실컷 마셨다.


차가운 빙하수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선명하고도 신선하기 이를데 없었다.


우리는 즐거워서 일행인 김원철선생님 부부와도 거리낌없이 팔짱을 끼고 사진도 찍었다.


이 모든 것을 품고있는 캐나다가... 이 모든 걸 소유한 캐나다인들이 다시한 번 부러웠다.


캐나다의 하늘과 물과 단풍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앤드류는 선뜻 노래 두 곡을 불렀는데 한 곡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또 한 곡은 카펜터즈 남매의 top of the world...


우리 모두를 위로하며 어깨를 다독여 주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허밍으로 가만가만 따라 불렀다.


노래를 부르다 약간 어색했던지 마이크를 들고 살짝 옆으로 돌아 선 그의 붉게 상기된 얼굴에서 얼핏 소년의 앳된 모습이 보이는 듯도 했다.


오늘 묵을 숙소는 Delta lodge at kananaskis 호텔이다.


이 호텔은 2002년 세계 G8 정상회담이 열린 곳이고 사계절 내내 사람들이 찾아오는,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종합휴양지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우리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맨 나중에 방 배정을 받았는데, 앤드류는 우리 세자매에게 룸키를 넘겨주며 말했다.


이 방은 복층으로 되어 있고 침대가 3개이고... 이른 바 스위트룸이라는 것이다.


큰언니를 잃은 후 처음 뭉치게 된 우리 자매에 대한 그의 마음씀씀이에 순간 할 말을 잃었었다.


그의 따뜻한 마음에 대해 감사의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우리는 방으로 올라갔다.


 



 



 



 



 



 



 




 


 


<4day.....>


어젯 밤.. 호텔뒤편의 경치가 뛰어나다는 얘길 듣고 나선 산책길에서 언니들과 나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 풍광속에 스며들어가 있었다.


길 아래편으로 가느다란 강물이 흐르고 멀리 보이는 눈덮인 산이 어스름한 대기속에 떠 있는듯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그곳에 우리는 말없이 한동안 앉아 있었다.


바람이 서늘하게 불었다. 방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니 10시가 넘어 있었다. 그때까지도 캐나다의 밤은 환했다.


산책길에는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가 카메라를 세워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바람의 결을 놓치지 않기 위해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까지 노신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느닷없이 떠나버린 큰언니를 비로소 놓아주었다.


셋 중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저절로 알게 되는 것도 있는 법....


오늘도 청명하게 맑다. 여행내내 날이 맑았다.


오늘은 알버타 주의 명물인 밴프곤돌라를 타러가는 날이다.


곤돌라는 기다릴 사이없이 줄줄이 내려왔다. 곤돌라에서 내려다 본 설퍼산은 침엽수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약 7~8분을 올라가니 넓은 시원한 전망대가 있었는데 사방을 둘러보는 순간 숨이 멎어버릴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 보우강줄기가 보였고 그 근처에 보이는 마을이 밴프시내라고 했다.


전망대를 빙 둘러싸고있는.. 하얗게 빛나며 길게 이어진 로키마운틴과 설퍼산의 녹색의 나무들과 투명하게 맑은 공기!!!


살면서 지금까지 본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광활한 모습에 잠시 넋이 나간 듯 우두커니 서 있을뿐...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소리에 마치 우리의 영혼이 씻기우고 있는듯한 기분마저 들었었다.


버스를 타고 다니는 며칠동안.눈에 들어오는 절경에 감탄을 금치 못하다가 이제는 좀 무뎌져서 시들할 무렵 보게 된 설퍼산 전망대의 전경은


아싸바스카빙하와 더불어 이번 여행의 백미라고 할 만 했다.


점심은 밴프시내에서 자유식으로 먹었다.


밴프시내에서 사진을 찍으면 멋진 바위산이 오롯이 들어오는데 그 산의 이름은 케스케이드라고 했다.


버스 안에서 보기만 했던 밴프 스프링스 호텔은 마치 중세의 성같았다.


캐나다 태평양 철도(CPR)는 로키산맥부근의 관광산업을 활성화 시킬 목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을 건설했다고 한다.


호텔 앞에 서 있던 동상의 주인공인 CPR의 총책임자 윌리암 코넬리우스 반 호른은 "경치를 수출할 수는 없으니 관광객을 수입해 와야 한다"는 취지아래


 이 거대한 호텔을 건설했다하니 대단하다. 그것도 100년도 훨씬 전에 말이다.


언젠가 다시 캐나다로 여행을 오게 된다면 아담하고 예쁜 밴프시내에 숙소를 정해놓고 마치 현지인처럼 어슬렁거리며


 시내도 거닐고 그 곳에서 멀지않은 설퍼산 트래킹을 하며 사슴도 만나보고,


보우강에서 레프팅도 즐기는 여유있고 한가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시 보우폭포로 향했다.


마를린 몬로가 출연했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배경이었던 보우폭포는 세련미가 느껴지던 레이크루이스와 달리


 야생미를 뽐내며 활기차게 흐르고 있었다.


이어서 요호국립공원에 있는 에메랄드호수와 자연의 다리를 거쳐서 레벨스톡의 Hill crest 호텔로 돌아왔다.


방에다 짐을 들여놓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에는 백인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실로 몇년만에 실컷 수영을 즐겼다.


물 속에서의 그 자유로운 기분이라니.... 상쾌했다.


 



 



 



 



 



 



 



 



 



 



 



 



 



 



 



 



 



 


 


 


<5day...>


서부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사실상의 일정은 어제 모두 끝났고.


오늘은 첫날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가는 일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거대한 캐나다의 자연은 굳이 명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아름답기 이를데 없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이 심심치 않았다.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창문에 휴대폰을 대놓고 있기만 해도 멋진 뮤직비디오 한 편이 완성될 것이다.


아 그렇게 찍은 동영상이 있다.


둘째언니가 찍은건데 타이타닉 바위를 지날 때 앤드류는 센스있게 타이타닉ost를 들려주었었다.


신기하게도 정말 커다란 배처럼 생긴 바위가 산 위에 떠 있었다.


셀린 디온의 청아하고 애절한 목소리가 차안에 가득 울리고 우리는 어두운 바다위...


구명보트를 스르륵 놓아버리고 캄캄한 바다밑으로 사라져 가던 청년 디카프리오를 눈 앞에서 바라보듯 마음이 아팠었다...


내륙도시라는 새먼암. 캠룹스. 메릿을 지나 호프에서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었다.


호텔조식이 빵이었으니 하루에 한 번은 한식을 제공하는 것이 고마웠다.


푸른 초원지대인 칠리왁을 지나 벤쿠버가 가까워 오는 동안 며칠동안 같이 지내던 버스안의 식구들과 기사님. 앤드류 신...모두 헤어지기 아쉬웠다.


엉성한 소녀시대... 아니 9명의 줌마들을 특유의 포용력으로 따뜻하게 대해줬던 앤드류 신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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